토트넘.
한국 사람들에게는 손흥민 선수가 뛰는 축구팀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축구팀 말고 이 지역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나도 잘 몰랐다. 지금도 솔직히 많이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곳에 살게 되었으니, 내가 느낀 것들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토트넘은 런던 존 3에 위치한 지역이다. 런던이 서울이라면, 존 3은 경기도 외곽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그리고 토트넘은 Haringey라는 구에 속해 있다.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건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집값이 미쳤다.
워낙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긴 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실감이 났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쉐어하우스에서 지낸다.
쉐어하우스 앱을 뒤져보면서 방을 찾았는데,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살아도 한국보다 훨씬 비쌌다.
그냥 방 컨디션만 괜찮다면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다섯 번의 뷰잉을 거쳐 토트넘에 있는 집을 선택했다.
월세가 그나마 제일 합리적? 이였고 최근에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했고, Flat 메이트들도 괜찮아 보였다.
무엇보다 ‘토트넘’이라는 이름이 익숙했다.
손흥민 선수가 뛰는 곳이라는 점도 익숙했고, 결정적으로 집에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까지 걸어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축구 자주 보러 가야지!"
이런 기대를 품고, 나는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좁은 방 한 칸에 살게 되었다.
달마다 570파운드를 내고, 전기세와 가스비로 40파운드씩 추가로 지불한다.
총 610파운드(한화 약 100~105만 원).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방.
집도 아니고, 방 한 칸.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 샤워실 하나를 다른 네 명과 공유하면서 지낸다.
이게 바로 런던의 삶.
런던에서 혼자 살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대부분 쉐어하우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온 걸 어쩌겠나. 이 정도는 각오했다.
사실 나에게는 침대랑 책상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런데 이 가격이 런던에서는 싼 편이라는 사실…ㅎㅎ
목표는 확실했다. 빨리 취업해서 돈 벌고, 최소 1000파운드를 내는 flat에서 혼자 살자. 그날부터 다짐했다.
룸메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다.
독일, 에콰도르, 헝가리, 루마니아, 그리고 한국.
각자 다른 문화와 생활 방식이 있었지만, 사실상 부딪힐 일은 거의 없었다.
주방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가볍게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는 정도였다. 뭐 가끔 길게 얘기할때도ㅋㅋ
처음엔 서로 다른 국적과 배경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공동생활의 핵심은 간단했다.
자기 공간 잘 지키기, 공유 공간 깨끗하게 쓰기.
그 규칙만 지키면 별다른 갈등도 없었고, 덕분에 나는 이 집에서 꽤 만족스럽게 지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콰도르 룸메랑 엄청 친해졌다.
같이 밖에서 놀러 다니기도 하고, 둘 다 영어를 잘 못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잘 통했다.
토트넘에서 몇달간 살면서 느낀점은 전반적으로 꽤 괜찮다. 하지만 밤에는 조금 무섭다.
거리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후드나 모자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가한 적은 없지만, 그 분위기 자체가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알고 보니, 토트넘은 치안적으로 그렇게 좋은 동네는 아니었다.

우리 동네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범죄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때때로 살인 사건 뉴스도 접하게 되었는데, 사실 이건 런던 전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또 하나 익숙해져야 하는 건 대마 냄새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 자연스럽게 풍겨오고,
이웃들 중에도 대마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꼭 위험한 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보면 항상 먼저 인사해주고,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
"대마를 피운다고 해서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이곳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점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웬만하면 사 먹을 곳이 없다. 가끔 KFC나 도미노, 버거킹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이곳에서의 외식은 안 하게 된다. 주변에 무슬림 가게, 터키 가게가 많아서, 가끔 여기가 정말 런던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동네 자체는 꽤 크다.
Tesco, Asda, Aldi 같은 대형 마트들이 모여 있어 장보는 데 불편함이 없고, 주변에 공원도 많아서 러닝하기에도 좋다.



교통도 나쁘지 않다. 지하철역이 Underground, Overground 두 군데나 있고 센트럴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린다. 런던 기준으로 보면 이 정도면 꽤 가까운 편이다.

내가 자주 가는 킹스크로스 도서관도 30분 정도면 도착해서 교통에는 만족하는 편이다. 아니 만족해야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이 가까운 것도 나름 장점이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게 신기하다.
경기 날이 되면, 그많던 사람들이 어디서 그렇게 몰려오는지…

게다가 집 앞에 도서관도 있어서 나름 만족하며 지내는 중이다.

런던에 살고 있지만, 정작 토트넘에 사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토트넘에서의 생활을 정리해본다.
